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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안타까움성

 

PHOTO by Kyung-Hoon, Bae.

"신은 낮과 밤을 만드시니

우리는 비틀거리며 그 사이를 걸을 뿐이라"

난장(亂場)의 위로!  마시고, 춤추고, 웃고, 운다!  

 

<사물의 안타까움성>은 매 공연마다 20여병의 맥주가 소비되는 연극이다. 무대 위에 맥주 거품이 흩뿌려지고, 여덟 명의 배우들은 병나발을 불며 술에 취해 무대 위를 미친 듯이 달린다. 무대 위의 쾌활한 에너지와 축제성은 극장을 찾는 관객의 마음 속 근심까지 깨끗하게 날려버릴 것이다. 그리고 이‘난장’의 끝에 관객은 누군가에게 술 한 잔 하러가자 말 할 수 있는 따뜻한 위로를 얻어간다.

 

 과거에 대한 노스탤지어 - 안타까운 것들에 대한 애수

 

연극 <사물의 안타까움성>에는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는 죽은 이들에 대한 애도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각성이 존재한다. 노스탤지어는 벨기에와 일본과 한국을 꿰뚫는 만국공통의 보편적 감정이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라는 필터를 통해 요란스럽게 재현되는 야단 법석한 이 연극에는 작가와 번안가, 연출, 배우 등 작업자들의 애절한 노스탤지어가 함께 녹아 있다. 그리고 이 공연이 관객에게 불러일으킬 애상에는 시간도 국경도 부질없다.

 

 연극적 상상력이 조망하는 보석 같은 삶의 조각

 

이 작품에는 우리네 삶이 그렇듯 영웅이 등장하지 않는다. 술주정꾼, 인생의 낙오자들, 왜소한 가족들이 지리멸렬한 삶을 이어가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연극적 상상력이 애처로운 그들을 새롭게 조망하는 순간, 그들은 마치 장대한 서사시의 영웅처럼 가문의 명예를 걸고 대회에 출전하는 장한 술꾼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추레하고 졸렬한 주정뱅이 가족은 연극적 상상력 속에서 술에 취해 하늘을 날고, 친아버지를 만난 소녀는 하늘에서 천사처럼 내려온다. 연극적 상상력이 조망하는 지리멸렬한 삶의 조각에는 보석이 박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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